네팔에서 날아온 러브레터 (1) - 땀 냄새 물씬 나는 정성의 커피.
네팔에서 집을 돌아오기 위해 짐을 챙기면서 '언제쯤 다시 네팔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에 있는 동안 집 밥을 그리고, 한국을 그리워했으면서 막상 떠나려고 보니 남는 아쉬움. 미련 같은 것이었나보다. 한국에 돌아와 정말 며칠간은 정신이 없었다. 다시 밀린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먹고 싶었던 음식... 익숙한 우리집, 내가 덮던 이불. 모든게 좋았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 것이고 어느 순간, 내가 잠깐 어디를 다녀왔다는 사실조차 흐려질 때 문득. 떠나온 네팔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커피특공대를 만난 것은 2009년 3월. 그 당시 나는 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내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이토록 피곤하게 열심히 사는 이유에 대해 매일 고민했다. 목적 없이 치열한 삶이였다고나 할까.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길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커피특공대’를 만나면서 많이 변했다. 작은 변화로는 골방에 갇혀 지내던 내가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크게는 진정한 ‘나다움’이 무엇인지 발견했다는 것이다.
▲ 네팔 공정무역 생산지 방문 출정식 사진. 함께 방문할 구선모 대원과 나의 모습
아름다운 커피특공대의 공정무역 세미나팀, 블로그 기자단으로서 ‘의미 있는 바쁨’으로 지냈던 6개월간의 활동들을 마치던 찰나, 나는 ‘히말라야의 선물’ 과 ‘아름다운 홍차’가 탄생되는 곳. 네팔의 방문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처음엔 네팔에 갈 기회를 받을 만큼의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한 친구들 사이에서 내 이름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기쁨을 누려도 되나 미안함과 부담감도 많았다. 그런데 커피특공대원들이 다 함께 기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북돋아 주는 ‘커피특공대’라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감사했다. 또, 함께 기뻐해준 대원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네팔에서 ‘많은 일을 하고 오겠다.’ 라고 이 계획 저 계획 잡기보다는 하나에 몰두하기로 마음 먹었고. 네팔에서 땀 냄새 물씬나는 생산자들의 삶을 사진으로 담아 오겠다는 의지로 네팔행 비행기에 올랐다.
▲ 아름다운커피 신충섭간사님, 김무성간사님. 그리고 커피특공대 대원 구선모오빠.‘히말라야의 선물’, ‘아름다운홍차’의 생산지 네팔에 동행한 분들이다. 네팔 방문으로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이 분들의 진정성을 보고 배웠다는 점이다.
네팔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방문한 단체는 KTE 이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아름다운커피의 아름다운홍차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한국에서 볼 때보다 더욱 반갑다. KTE는 홍차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도 수공예품 중심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홍차 티백이 만들어지는 작은 한 켠의 공간이다. 사진이 작아 잘 안보일 수 있지만 티백 상표가 인쇄되고 있는데. 기계 상태나 공간의 규모를 보더라도 하루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하는 시간이 쉴 때도 있고, 하루 종일 일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일당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상품 출시 준비 중인 레몬그라스와 각종 스파이시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계속해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혹자는 "커피로 돈을 좀 벌더니 이것저것 다 공정무역 한다면서 사업을 확장시킨다."며 태클을 걸곤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커피의 입장은 다르다.
아름다운커피가 실천하는 것은 철저히 '원조'가 아닌, ‘거래’. ‘무역’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거래가 단절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공정무역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름다운커피가 계속적으로 거래를 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한 가지 상품에 안주하기 보다는 넓은 거래,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야한다. 커피역시 히말라야의 선물(네팔), 안데스의 선물(페루), 킬리만자로의 선물(우간다) 세 곳의 원두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맛이 모두 똑같은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생산지에 따라, 로스팅정도와 기간에 따라 맛이 다른 원두커피 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원두를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세 가지 상품으로, 세 가지 맛과 향의 원두를 제공한 것이다.
공정무역이란, 생산자에게 제 값의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거래된다는 것.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한다. 공정무역은 자본주의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소비자의 행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소비에 따라 생산량도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가격이나 질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레몬그라스, 스파이시 등의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해야하는 것도 바로 같은 맥락이다.
자유무역은 지극히 수익에 따른 관계가 맺어진다. 다시 말해, 소비가 적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여 하루아침에 생산자를 파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무역이 일반기업과 다른 점은 흥행을 못했다는 이유로 생산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철수하는 행위는 없다는 것이다. 한 상품이 흥행하지 못했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게 개선시켜보고, 또 위와 같은 새로운 제품들로 방향을 바꿔 그들과 계속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생산자들과의 신뢰를 져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
▲ KTE 생산자관리자인 따라 씨와 싼타 씨. 따라 씨(우측사진)는 신충섭 간사님이 작년에 네팔에 방문하셨을 때와 달리 임신 중이시다.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시는 간사님. 가족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
▲ 숙소 '네팔짱'에 도착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히말라야트래킹으로 네팔에 온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했던 네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음식을 먹으러 오기도 한다.
네팔에서의 첫날 저녁. 우리는 공정무역 단체 ‘마하구티(MAHAGUTHI)’ 의 대표 쑨일 (sunil) 씨를 초대했다. 마하구티는 공정무역 샵을 운영하면서 유럽, 일본 등으로 네팔의 수공예품을 수출하고 있다. 또한 네팔의 공정무역의 시초가 되는 단체이다. 네팔 짱에서 한식을 먹으며 쑨일 씨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공예품이 가장 인기있는 국가는 유럽이다. 엔티크 제품을 좋아하는 유럽인들... 그러나 2008년 말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마하구티도 어려워 졌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경제위기 때 의식주 비용을 줄일 수 없고 가장 먼저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악세사리류의 수공예품이기 때문이다. - 거래량이 16% 감소, 85% 감소한 제품도 있음 -
커피특공대를 소개하면서, 네팔에도 공정무역을 알리는 캠페이너들의 활동이 있는지 여쭤보았다. 쑨일 씨는 캠페인이나 자원활동을 통해서 공정무역의 알리기 앞서 교육이나 생산자 지원이 우선이라고 하신다. 캠페이너로서 활동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필요하며, 커피특공대와 같은 캠페이너는 의미 있다고 칭찬해주었다. 특공대를 영어로 commando 라고 하자 굉장히 놀라는 쑨일 씨 .... !
가장 기억에 남는 그의 얘기는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극복방안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의 파트너와의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마인드가 공정무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이 아닐까?
신충섭 간사님의 말씀을 덧붙인다면, 생산자에게 제 값이 돌아가게끔 한다는 공정무역은. 금전적으로 큰 부의 기적을 가져온다고 보기보다는 경제적 '기회'를 가져온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여기서 '기회'란, 그저 건네주는 기회가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기회를 말한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 실감하지 못했던 공정무역을 몸으로 익히는 저녁이었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마하구티 사무실을 방문할 것을 약속하고 네팔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낭만을 품고 있는 여학생. 2009년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1기로 6개월간 치열하게 공정무역 세미나 기획, 블로그 기자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활동 종료 후 우수대원으로 선발되어 8월의 무더위 속에서 11일간 아름다운커피와 아름다운홍차의 네팔 생산지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네팔에서 보고 들은 생산지 이야기와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한 공정무역 이야기를 이제부터 이곳에 조근 조근 풀어 놓는다.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beautifulcoffee.tistory.com/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