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네팔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KTE식구들, 마하구티의 순일(Sunil)씨, 피딤의 생산자들.... 등 200여장의 사진을 보내면서 네팔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서 스르르 행복해졌다.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이 차 있다. 그들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피딤에서 첫 날을 보냈다. 밤에는 손바닥만한 매미와 나방과 사투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여곡절에 잠이 들었고 일어나보니 “Good morning" 하며 누군가 인사를 건넨다. 꺼멀(Kamal) 씨다. 피딤에 있는 5일 동안, 아침을 꺼멀이 준비한 홍차로 시작하고 꺼멀 씨가 마련한 음식을 먹었다. 내 서투른 영어에도 "o.k" 라며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렸던 꺼멀 씨. 꺼멀 씨의 신선한 음식 덕에 피딤에서 단 한번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 피딤의 요리사! 꺼멀 씨를 소개합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피딤의 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토요일, 우리나라 5일장처럼 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사람들은 저 좁은 길을 따라 자신이 수확한 각종 열매와 야채를 짊어지고 마켓으로 간다. 길이 얼마나 좁은지, 한사람씩 걸어야하고 조금만 헛다리짚으면 굴러 떨어지는 곳이다. 초행길이라 1시간 정도를 걸어야 했는데 나중에 많은 길을 다녀본 결과 ... 내가 가본 피딤 길에서 가장 쉬운 길이었음을 깨달았다.


드디어 시장에 도착, 나는 어느 국가를 가든 시장에 꼭 가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가야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는지를 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시장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고, 가장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신난다!
아이들은 나를 쫓아다니며 말을 건넸다.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네팔의 여성들만 보다가 나를 보니 신기한 것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그 결과물을 아이들과 함께 확인하고.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도 우린 사진으로 소통을 했다. 한국의 아이들을 만날 때면 네팔의 아이들이 다시금 생각난다.


▲ 철 없이 쪼리 신고 갔다가 간사님들께 혼이 났다. 간사님은 나에게 '너 뉴욕 왔냐' 라고 웃으셨고 .... 운동화를 사주셨다.

시장에서 돌아와 농가들을 둘러보았다. KTE 차 공장과 조금 가까운 곳에 있는 이 농가는 레몬그라스를 생산하는 곳이다. 사진 속 생산자 앞에 깔린 초록색의 네모난 풀들이 레몬그라스이고, 아름다운커피에서도 레몬그라스 거래를 기획 중에 있다.

풀 향을 맡으면 정말 좋은 향이 난다. 이것을 그대로 우려서 마시면 그게 바로 tea 가 된다고 한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다. 훗날 레몬그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레몬티가 출시되면 '아, 피딤에서 본 레몬그라스구나.' 라고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


아름다운가게에서는 고등학생 12명을 네팔에 에코투어로 파견하였다. 그 때 한국학생들과 팜스테이를 진행한 가정에 들렸다. 왼쪽은 프라바 (pravha) 오른쪽은 루팔 (rupal) 이다. 에코투어를 통해 만난 한국학생들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정이 들어 떠날 때 울기도 했다고 한다. 루팔은 그 학생들 중에서 종덕이라는 남학생과 심상치(?) 않은 사이였나 보다. 한국에 가서 종덕이에게 전해주라며 선물도 주었다. 종덕이에게 잘 전해졌으려나?

루팔은 굉장히 똘망똘망하다. 영어도 너무 잘해서 이 날 자기 전에 나는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기도 시시때때로 나가고, 인터넷도할 수 없고 학교도 멀리 떨어진 이 열악한 곳에서 자신 있게 영어를 구사하고 늘 밝은 루팔을 보면서.... 루팔이 가지지 못한 환경을 모두 가진 나는 왜 못하고 있나? 무엇이 부족하다며 투덜대는가. 라는 반성이다. 또한 루팔의 꿈은 이 피딤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 또 한 번 내가 가진 환경들에 대해 감사하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나는 늘 나보다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을 볼 때 그제서야 감사함을 느낄까. 왜 나는 그 정도 밖에 안 될까. 루팔과 프라바를 만나고 숙소로 돌아와 만감이 교차해 잠을 잘 수 없었다.
시장과 농가, 그리고 프라바와 루팔과의 만남까지. 하루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 4개의 홍차 가든과 칼리카 스쿨 방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해수는...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낭만을 품고 있는 여학생. 2009년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1기로 6개월간 치열하게 공정무역 세미나 기획, 블로그 기자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활동 종료 후 우수대원으로 선발되어 8월의 무더위 속에서 11일간 아름다운커피와 아름다운홍차의 네팔 생산지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네팔에서 보고 들은 생산지 이야기와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한 공정무역 이야기를 이제부터 이곳에 조근 조근 풀어 놓는다.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beautifulcoffee.tistory.com/63

Posted by 이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