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는 마하구티의 순일씨, DCF조합의 파르슈람씨, KTE의 딜리씨, 피딤의 꺼멀씨 모두 그리워요! 네팔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배시시 웃게 된다. 내게 네팔 방문기를 작성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네팔을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피딤을 떠나는 날. 배웅 나와 준 꺼멀 씨와 그 외 KTE 가족들. 아침 일찍부터 우리의 짐을 들어주셨다. 너무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피딤을 떠난다. 내 소중한 인연들과 정이 들 즈음이 되자 벌써 네팔 공정무역 기행을 한지 일주일이 훌쩍 지나있었다.

피딤을 떠나기 위해 6시간을 또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후추 농가 한 곳을 방문하였다. 이 생산자는 처음 만났던 후추 농가와 달리 굉장한 규모와 후추 외의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었고, 주인 또한 부유함이 느껴졌다. 소위 네팔의 갑부라고 불렀는데, 후추 상태 아주 좋았다. 또 다른 농가와 비교도 안 될 규모의 농지를 가지고 있어 후추 생산량도 영세농민에 비해 어마어마했다. 그가 다른 것으로 충분히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후추 하나가 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말도 된다.

신충섭 간사님께서는 이 생산자가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한 조합의 부분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거래하고자하는 것은 영세민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농가가 아름다운 커피와 거래를 하게 될지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이렇게 공정무역은 자유무역 기업처럼 단순히 샘플만 받아 거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농가를 직접 방문하여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얼굴 있는 무역이다. 나는 네팔에 지내면서 그것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얻은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장거리를 이동하다보니 차 안에서 먹을 간식을 몇가지 구입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간식은 이 쫀득쫀득한 바나나이다. 정말 맛있다. 이 네팔의 바나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면, 아름다운커피는 네팔 바나나를 공정무역 상품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너무 맛있을 뿐 아니라, 네팔엔 바나나가 대량생산되어 가격이 단 1루피이기 때문이다. (1달러가 76루피이므로, 1달러로 76송이를 살 수 있다.)


또 이모작을 하는 네팔에선 커피 밭 라인 옆에 바나나를 심어 재배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조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나나를 생각해보자,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검어지고 묽어지는 이 바나나를 비행 운송을 통해 한국에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바로 신선도의 문제다. 일본에서도 바나나를 공정무역하고 있는데, 30%는 버린다고 한다. 일본은 엄청난 자금 투자로 오랫동안 투자하여 시장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충섭 간사님께서 파르슈람 씨에게 함께 바나나'칩'을 생산해보자 제안하셨다. 세 가지 샘플을 만들어보았는데, 바나나 칩에 약간의 스파이스를 첨가했더니 그 샘플이 아주 맛있었다고 한다. 치토스 맛으로 술안주로 딱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문제로 아직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고.... 어찌됐든 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신선도만 해결된다면 과일 자체로 바나나가 수입되었으면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굴미 DCF 조합에 다시 들려 원두 refinding에 참여하였다. 고르게 볶아지지 않는 깨진 원두, 너무 작은 원두 등을 골라내어 커피의 질을 높이는 단계다. 커피콩을 골라 낸 뒤 생산자에게 검사를 받았다. 열심히 골라냈다고 생각했는데 불량 원두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가수 루시드 폴의 ‘사람이었네’ 라는 노래 가사 ‘난 푸른빛의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땀 흙의 냄새‘ 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 마지막 spurt를 올리기 위해 마하구티 순일 씨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의 생산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선모 대원도 열심히 비디오 촬영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젠가 매체를 통해 방송 될 우리들의 네팔 방문 이야기가 기대된다.

저녁에 순일 씨와 저녁을 먹고 카트만두 시내에서 간단히 쇼핑을 하기로 했다. 이왕 해외에 왔는데 관광을 빼놓을 수 있으랴. 지인들에게 전해 줄 기념품을 몇 가지 구입하고 아름다운커피 간사님들과KALDI 커피숍에 갔다. 이곳에서도 신충섭 간사님의 캠페인은 계속되었다. ‘여기 커피는 네팔 생산의 원두를 쓰나요?’ 이는 내가 아름다운커피특공대 교육에서 배운 신충섭 간사님의 작은 실천이다. 어느 커피점을 가게 되든 공정무역 커피인지 물어보는 것.

커피를 주문하고 간사님들께서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조명들을 보면서 “아, 아름다운커피가 먼저 네팔에 진출했어야 했는데 개척한 회사가 있다니...“ 라는 말을 계속하셨다. 네팔에 네팔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숍, ‘아름다운카페’를 진출시키는 것이 신충섭 간사님의 목표라고 한다.

그 외 ‘아름다운카페’ 입지 선정에 대한 이야기... 소비자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고 ... 그리고 점원은 팜스테이 가정에서 만난 똑똑한 루팔(rupal)을 고용하고! 등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우리는 네팔의 관광지 중 하나인 박다푸르 (Baktapur)을 둘러보고 아침 일찍 귀국길에 올랐다. 네팔 활주로에 금이 가는 바람에 예정일보다 하루 연착되었지만 이런 일도 네팔이니까 가능한 것이겠지! 덕분에 타이항공에서 제공한 고급 호텔에서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꿈만 같았던 네팔 생산지 방문을 마치면서 ...


신충섭 간사님이 하신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정무역을 하려면 ‘미친 놈’ 과 그 ‘미친 놈을 지지하는 사람’ 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공정무역에서 어려운 것은 생산지에 조합을 형성하는 것이다. 지역에 조합을 형성하는 것은 그 지역에서 파르슈람 씨 같이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공정무역에 참여하려는 ‘미친 놈’이 필요하고, 생소하기만한 공정무역의 형태를 제안하는 그의 ‘미친 행동’ 에 지지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커피 측의 노력뿐 아니라 생산자 그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조합 결성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동반되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네팔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오직 네팔의 히말라야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 히말라야 산 아래의 많은 네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 관심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 그것이 커피특공대 캠페이너의 역할이 되겠지.....

11일 동안 아름다운 커피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진정성을 보고 배우며, 그들의 삶을 통해, 내가 갈 곳을 배웠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를 그 길을 다시 가고자 한다. 22살, 우연치 않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만나 네팔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들..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살면서 힘들 때 꺼내어 추억을 떠 올릴 수 있었던 일기장에 가득 적고, 사진으로 찍어도 모자랄 만큼 많은 순간들이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


2010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be fair!” 를 외치다!

 
이해수는...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낭만을 품고 있는 여학생. 2009년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1기로 6개월간 치열하게 공정무역 세미나 기획, 블로그 기자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활동 종료 후 우수대원으로 선발되어 8월의 무더위 속에서 11일간 아름다운커피와 아름다운홍차의 네팔 생산지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네팔에서 보고 들은 생산지 이야기와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한 공정무역 이야기를 이제부터 이곳에 조근 조근 풀어 놓는다.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beautifulcoffee.tistory.com/67
Posted by 이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