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무역사업부 이강백처장의 세미나 "폴라니와 사회적 기업"
케인즈, 하이예크를 넘어 거대한 전환!

 
‘우리는 시장이라는 허구 속에 살고 있다’ - 칼 폴라니의 도전

당대의 지배적 관념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관념에 도전한 갈릴레오,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는 관념에 도전한 마르크스처럼 새로운 지적 방향을 제시하는 그들을 우리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여기 또 다른 믿음에 도전, 즉 신자유주의가 진리라는 관념에 가장 근본적인 비판을 제시한 인물이 있다. 바로 칼 폴라니(KarlPolanyi)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국가계획형 사회주의와 시장지배형 자본주의 모두를 배격하고 그의 독특한 이론에 근거한 호혜주의적 경제체제가 가진 가능성을 주장한다. 그는 또한 오늘날의 서구 산업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나, 제3세계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가 절대적이지 않다고 한다. 시장경제 그 역사는 단지 전체 인류가 가진 역사 중 불과 300살 밖에 되지 않은 독특한 창안물이며 우리는 사회와 경제의 관계를 전혀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비판을 제시하는 칼 폴라니의 고전 ’거대한 전환’ ▲


‘칼 폴라니를 만나다.’ - 아름다운커피 사무실

2009년 7월 10일. 아름다운가게 무역사업부 동숭동 사무실에서 ‘케인즈, 하이에크를 넘어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라는 주제로 칼 폴라니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의를 맡은 아름다운커피 이강백 처장은 ‘왜 폴라니인가’에 대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영원할 것 같았던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그 몰락을 가져왔다. 그 시기적 조류에 편승, 칼 폴라니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오바마의 정책-노동조항의 강화를 통한 자본의 제어, 풀뿌리 조직의 연대, 공동체의 강화 등-도 대부분 폴라니에 기대고 있다”며 최근 칼 폴라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재차 언급했다.

아직 한국에서 칼 폴라니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그 이론의 실천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칼 폴라니와 사회적기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아름다운커피에서 준비한 칼 폴라니 강의는 총 2회이다. 그 중 첫 번째 세미나가 있었던 10일에는 칼 폴라니 사상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그의 사상과 이론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주 뒤에 이어지는 강의에서는 칼 폴라니 사상과 사회적 기업의 접점을 짚어 볼 계획이다.

 

아래 내용은 첫 번째 세미나의 주요 내용이다.

▼ 아름다운커피 이강백 처장의 ‘케인즈, 하이에크를 넘어 거대한 전환’ 세미나의 모습

 Focus on Karl Polanyi

하이예크

시장경제

시장을 신성화

“시장은 신성하고 절대적이다”

마르크스

계획경제

시장 부정

“시장은 도덕적으로 최악이다”

케인즈

혼합경제

국가에 의한 시장개입을 주장

“시장은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


기존 시장체제는 다음 세 인물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폴라니는 세 경제학자들이 전제를 두었던 ‘시장이 존재한다’고 하는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단순히 시장이라는 경제만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인간사회를 무조건 물질적, 경제적 동기 중 하나로 환원시키는 시장자유주의는 ‘성장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논리 아래 탐욕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하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그 예가 되고 있다. 개인의 탐욕에 의한 무제한적 팽창은 금융버블 및 붕괴를 가져왔고 이는 시장자유의 바벨탑이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또 그는 국가가 개입하는 사회주의-계획경제체제에도 부정했는데, 국가의 개입은 개개인의 욕구,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떤 물품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추상적인 수치만 나올 뿐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얼마나 원하는지, 생산과정은 얼마나 고된지를 통계로 포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통계와 조직을 무기로 경제를 계획해 나갈 때, 국가의 시장 개입은 결국 파시즘이라는 암울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칼 폴라니는 성장의 패러다임에 함몰된 시장주의, 케인스주의, 사회주의와는 다르다. 그는 성장 그 자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였다. 시장 방임도 아니며 국가의 개입도 아닌 ‘사회’의 개입을 강조하며 그 기초는 시민사회와 지역구성원간의 ‘호혜’에 있다고 얘기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필수적인 사회∙경제요소는 지역공동체와 노동조합, 지방자치체, 소비자 단체, 생산자 조합 등 다양한 집단의 상호 활발한 의사소통과 연대이며 이는 인간적이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연대, 풀뿌리운동 단체가 감시하지 않으면 시장경제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감시의 눈’ 인 다양한 시민사회 연대, 시장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공존을 통해 번영을 이룬다는 것이다.

‘인간은 상품 가치와 경제적 이익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

그는 특히 시장자유주의의 가정인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의 동기는 경제적 이익과 같은 물질적 동기에 있다’ ‘자기 이익 극대화가 가장 자연스럽고 고귀한 본질이다’ 에 대해 비판했다. 인류는 시장이라는 경제요소만 가진 것이 아니며, 경제적 이익이 경제활동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욕망에 선택하는 것은 ‘전부’가 아닌 ‘일부분’ 일뿐이다. 경제는 사회 구성원의 소통·도움·합의 등에 의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모든 사람은 경제적 이익만으로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사회,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은 이윤창출만을 목표로 하는 경제주체가 아니다. 그리고 그 주체들이 시장실패에 대안해서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자 목표라고 한다.


칼 폴라니와 아름다운커피

폴라니가 내세우는 돌봄과 협력, 소통의 질서를 세계 무역질서로 확대하면 자유무역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공정무역’ 개념이 성립하게 된다. 경제 문제를 ‘사회적으로’ 풀기 위한 지역공동체, 협동조합을 통한 상호부조 등이 공정무역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운커피가 실천하고 있는 생산자조합과의 상호 활발한 의사소통과 연대... 이러한 것들은 숫자로는 환원할 수 없는 호혜경제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당장의 수익을 올리기에 급급한 경쟁에 뛰어들기 보다는 상호성·도덕성·호혜성이 공존하는 좀 더 작은 성과에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는 인간적인 것. 이러한 공존이 칼 폴라니 경제의 뼈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효율성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시장자유주의가 쌓아올린 바벨탑은 경제대공황, 남북문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등의 문제점을 가져왔다. 필자는 추락한 시장경제 사회에서 이제는 사회적기업가 정신만이 기회의 격차와 희망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보다 나은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과 비전이 있는가? 칼 폴라니의 주장을 보면서 ‘내가 무엇에 공헌해야만 하는 가’라는 질문을 한번쯤은 던져보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사회적기업가’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 아닐까 싶다.

 

취재/글 : 아름다운 커피특공대 블로그기자단 1기 이해수
사진 : 아름다운 무역사업부 인턴 추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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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