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었다. 자책하고 반성하는 오늘이었다. 이미 눈치를 챘으면서도 내 자만심과 게으름을 못 본 채 했다. 고백하자면 최근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했다. '괜찮아, 그래도 난 누구처럼 최악은 아니잖아.' 타인을 짓밟는 역겨운 자만심이었다. 많이 괴로웠다... 오늘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인상 찌푸렸던 내 모습을 알기에 이 시각까지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 학생에게는 기억되지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들이지만 내 양심에 부끄럽다.  내 교만은 presentation 에서 단번에 나타났다. 어쩌면. 그동안. 상위 레벨에 있다며 우쭐거렸을지도 모를 나는. 발표하는 내내 횡설수설은 물론이며, 그 레벨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친구들의 발표를 보며 내가 이 교실에 앉아있다는게 부끄럽고. 창피할 정도였다. 내 자만심. 경솔함. 어리석음. 내가 지은 업이니 당연히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하는 거겠지. 더 정진...겸손하자. 발표는 최악이었지만 정신은 바짝 차리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My diary. August. 11. 2010 

 

 

▲  2010.08.12 여자친구들만 있었던 109 class!

반 친구들 Gabriela, Elina, Christina, Elodie, Shin 그리고 나.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소개했다.

 

위의 글은 8월 중 일기에 적은 내용이자 블로깅이 늦은 이유이기도 하다.

때론 너무 힘들기도 하고 마음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체 멍하니 앉아 있다. 때론 너무 기쁘기도 하고 마음이 두둥실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8월 한 달 간 내가 대체로 느꼈던 감정은 "힘들다" 였다. 언제나 그랬듯. 돈이라는 것이 문제를 크게 일으켰다. 정신을 어디다 두었는지 8월 한달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을 많이 써야했다.(잃었다.) 공부도 돈도 내 뜻대로 되지않아 당분간은 방과후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8월 어느 한 주는, 친구들과 어떤 계획도 만들지 않고 곧장 귀가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불편한 지하철 안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불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단돈 $10도 크게 느껴지니까 단돈 $10 도 단돈 $1도 큰 돈이니까. 이제는 길가다 목이 말라 음료수 한잔 사 먹는 것도 돈 아깝다는 생각이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참고 집에 가서 물 한잔 마시지뭐.. 이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나 혼자만의 고즈넉한 시간을 가질수 있으니까 그 한 시간이 내겐 소중하다...... 이렇게 느껴지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아- 참 친구들과 영화도 볼 돈도 없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면 난 불행하고 처량해진다. 

 

.... 서두가 없다. 아 길다 -  괜한 넋두리.

 

 

괜찮아, 다 잘 될거야 =) 내게 많은 걸 반성하게하고 일깨워준 109 친구들! 특별한 친구들과의 8월 이야기 Start !

 

August session (level 109)

 


 

▲ 109 Class! 마음씨도 이쁘고 공부도 열심히하는 우리반 친구들! 

Aline, Gabriela, (Brazil) Elina, Christina (Belgium), Elodie (France), Annabel (Venezuela), Shin (Korea)

 

Cristina, Elina 자매가 유럽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Crepes 를 만들어왔다. Elodie 의 강의를 시작으로 선생님 Craig , John 과 함께

크라페를 나눠먹었다. Cabriela는 구아바를 가져왔다. 먹는 도중, 한국 게임 '삼육구'를 가르쳐줬는데 애들이 재미있어한다. 인디언 밥으로 Teacher John 의 허리를 부숴뜨리고. 레벨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느낌이 확 다르다. (위 일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방심하다간 훅- 간다. 난 .... 이미 훅 - 갔다.)  특히 이번 109 class 친구들은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너무너무 영어를 잘한다. 특히 Elodie 의 프랑스풍이 물씬 나는 영어발음은. 나를 빠져들게 한다는...

 

 

▲ Girls' Party ! Gabriela, Elina, Christina, Elodie, Annabel, Shin 그리고 나. 

 

친구들을 불러모아 Shin, Annabel 집에서 한국음식을 만들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떡볶이와. Shin 과 내가 뽑는 Best of best Koran food 삼겹살! Korea Town 에서 재료들을 사와 고기를 굽고 깻잎과 상추를 씻고 친구들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고. 쌈 싸먹는 방법을 일러줬다. 아래의 사진은 오늘의 주방장, Shin 과 나 ...

 

 

 

 

▲ 다른 한쪽에선 Elina, Christina 자매가 Crepes 를 만들었다. Annabel은 Latin 을 선곡했다. 

음악은 Latin, 음식은 Korean, 디저트는 European. 이보다 신날 순 없다. 하하. 덕분에 최근의 우울함은 깨끗이 잊었다. 

 

 

▲ 완성된 식탁, 떡볶이와 삼겹살. 하얀 쌀밥과 김치. 한국인인 나도 오랜만에 먹는 Original Korean food.

 다행히(?)도 친구들이 깻잎보단 상추를 선호해서. Shin과 나는 깻잎 원 없이 먹었다. 히히. 

이 날 이후, 떡볶이 그리움에 헤어나오지 못해 일주일간 집에서 열심히 떡볶이 해먹었다는 ...

 

 

상추에 김치까지 넣어먹는 너희들은 이미 한국인이야 !!! ▼

 

 

 

많은 친구들이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떠나기때문에 유독 파티가 많았던 달이었다. 나와 함께 입학했던 동기들도, 마지막 달을 함께한 level 109 이 친구들도 모두 나만 두고 떠난다. 6월, 처음 ELS에 왔을 땐 친구하나 없는 신입생이었는데 이젠 나름 학교의 고참이 되는 나.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Next month, I won't make new friends." 라고했지만 진심 반인걸. 이 친구들 모두 떠나고나면, 난 무슨 낙으로 학교를 다니나 싶다.

 

 

 ▲ Crepes 만드는 모습, 친구들이 내게 Eating Monster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 먹고, 유튜브로 원더걸스의 Noboby 댄스 시간..... 슈퍼주니어 보면서 누가 맘에 든다 누가 더 잘생겼다... girls' talk ... Maroon5 노래를 열창하며 마무리했다.

 

8월이 가장 정신없이 보낸 달이었다.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한 달간 함께한 소중한 109 girls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낼 수 있었다. 살아간다는게 반은 행복하고 반은 안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난 올해 느리게 걷는 즐거움에 내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있다고 믿기에... 며칠만 지나면 또 다시 행복해질거다.

Posted by 이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