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coffee’는 꼭 들러야 해.”
친구들과 뉴욕여행 일정을 짜는 중에 이야기를 꺼냈다. “공정무역 커피만을 취급하는 커피전문점이야.” 커피특공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한 덕분에, 친구들도 공정무역의 개념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온 대답은 ; “너 뉴욕에 일하러 가냐?”

 

 
▲ Between 3rd and 4th Streets 에 위치한 Think coffee. 간판이 작고 눈에 튀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오로지 공정무역의 커피콩을 사용하는 곳이다.

그렇다. 나는 뉴욕의 어떤 명소보다도 ‘Think coffee’를 들를 생각에 더욱 흥분되어있었다. Think coffee는 ‘MBC 무한도전’으로 한국에서 더욱 유명해진 커피숍이다. 방송에서 이 커피숍이 갖는 의미를 의도적으로 노출을 하지는 않았지만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임이 알려지면서, 무한도전을 예능 프로그램 이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방송 후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의 그 의미를 알게 된 것도 사실이다.

뉴욕도착 나흘 째, 지도상으로 Washington square park 가까이에 있었고 길을 묻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의 무한도전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다. - 어쩌면 방송의 정준하처럼 ‘띵크커피, 씽크커피, 씽ㅋ커퓌이’ 등 내 발음의 문제로 못 알아 들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하. – 우여곡절에 마침내 Think coffee 에 도착.

 

 
▲ Think coffee 내부, 직원들의 모습.

커피를 받아가는 곳 뒤편에는 ‘We sell only certified fair trade coffee, which helps coffee farmers receive a living wage for their product. In addition to being fair trade, our coffee is organic one.’ 이 적혀있어 마시기 전 공정무역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각인 시켜준다. 

 

 

커피를 받고 자리에 앉아 주변을 살폈다. 한국의 커피숍들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잡지를 보는 등 여유로워 보였다. 무한도전의 힘이 컸던 것일까? 한국관광객이 많았고 다들 방송에서 미션 커피로 주어졌던 ‘소이라떼’를 마시는 듯했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도 공정무역 커피숍의 보다는 무한도전 멤버가 들렀던 곳에 와 있다는 것이 의미가 컸다.
 

 
▲ 근처에 뉴욕대가 있어서 그런지 노트북, 책 등을 가져와 여유롭게 앉아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곳곳에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나도 친구들과 수다떨고 장난치고, 한껏 여유로운 기분이었다.

방송 후 Think coffee의 의미가 널리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마치 공정무역이 일종의 ‘바람’으로 끝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유행처럼 말이다. 방송 직후 공정무역은 그야말로 ‘핫이슈’ 일 뿐이었다. 현재 Think coffee는 한국사람이 뉴욕에 오면 들러 보고 싶은 커피숍이 되었고 이유는 ‘공정무역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보다는 ‘무한도전 멤버가 마셨던 소이라떼를 맛보기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 커피, 우유, 설탕까지 공정무역을 통해 구입되고 있다.

'이 곳이 씽크커피, 공정무역' 하며 떠들썩했던 한국과 달리 그냥 아무렇지 않게, 특별하지 않게, 일상처럼 공정무역커피를 이용하는 뉴욕의 사람들이 새삼 부러웠다.

▼ 공정한 거래를 하는 커피숍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정의를 적어 내린 것 외에는 맛과 질에 대한 컨텐츠가 더 많았다. 예를 들면 질 좋은 원두 선별에 대해 언급해 두었다. ; ‘We invited the best roasters in the country to send us samples of their coffees, and put them to the test. After a rigorous “cupping” by our staff of all the samples, we’ve selected just three to serve on our French press menu.’ 우유와 크림 역시 유기농을 강조하였다. ; ‘Our milk come from local farms. NO GROWTH HORMONES ARE USED and it is ANTIBIOTIC FREE’

 

맛과 질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나는 Think coffee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공정무역이 감성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지만 커피는 언제까지나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측면 외에도 소비자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뉴욕의 사람들은 맛과 질이 좋아 Think coffee를 찾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공정무역 현황을 조사하며 느끼는 점은 커피특공대로 활동하던 때와는 또 다르다. 그 동안은 막연히 ‘제3국가의 희망적인 삶을 위한 성숙한 소비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네팔 생산지를 시작으로 토론토, 뉴욕의 공정무역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니 “성숙한 소비문화를 보여주세요”의 외침도 중요하지만, 공정무역 커피의 맛과 질에 대한 끊임없는 개발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네팔 가기 전 이렇게 실질적으로 많이 보고, 듣고 경험했더라면 네팔에 생산자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네팔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 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아직 늦지 않았다. 다시 네팔에 방문한다면 또 다른 각도에서 공정무역을 바라보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훗날 네팔의 생산자들에게 Think coffee의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며 카페를 나섰다.

 

Posted by 이해수